회사

현장 관리자 리더십 고찰.

MU1 2026. 4. 25. 11:59

천만 영화 감독 반열에 오른 장항준 감독이 너스레를 떨며 배우들이 다 했다, 자신은 그저 캐스팅을 잘한 것 뿐이라 말하는 인터뷰를 보았다. 그동안 쌓아온 소탈한 이미지가 있어서 그런지 배우가 역량을 잘 발휘하게 한 것 자체로 좋은 감독이라는 옹호성 여론이 종종 보인다. 구성원의 역량을 가시적으로 드러내는 것. 저것이야말로 내가 추구한 리더십이라며 혼자 무릎을 탁 쳤다.

나는 최근 8명 규모의 슈퍼바이저로서의 역할론에 대해 갈피를 못 잡고 있다. 팀내 최고 결정권자는 아니면서 일정 수준의 관리감독과 사람 관리를 해야하는 말단 현장 관리자에게 사람들은 무엇을 기대하는가? 관리직으로 직책의 성격을 전환하면서 스스로 내걸었던 기조는 변함이 없다. 나는 음지로 싹 숨고 오로지 팀원들이 빛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내가 튀어버리면 오히려 관리자로서 실책이라고 생각한다.

슈퍼바이저 발령 첫 해 내내 무조건적인 신뢰와 응원을 주 전략으로 삼다가 지쳤다. 개인 역량은 분명 좋은 것 같은데 연말에 가서 일정 관리에 실패한 저성과 팀원도 있었다. 혹시 실무자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업무 계획부터 함께 하면 성과가 개선될까? 고민하다가 실무자들에게 현장 정보를 캐내는 마이크로매니징 스타일로 오해를 사는 것 같기도 하다.

과정이야 어쨌든 고성과를 낼 수 있으면 되는 거 아니냐는 우리 매니저의 성향은 명확하다. 무릇 리더는 명확한 지시를 내려야 한다는 어느 리더십 서적에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최근 본인이 팀내 모든 주 단위 업무 계획표를 직접 작성하더니 팀원들에게 진행 현황을 매일 채워오라는 숙제를 내주기 시작했다.

그 자기계발 서적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마 그 지시라는 게 반드시 ‘무엇’에만 국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짐작을 하며 일단 지켜보고 있다. 내 생각엔 세부적인 과업 할당보다 어쩌면 사업 목표나 팀의 비전 같은 큰 방향성 즉 ‘왜‘, ’어떻게’ 해야할지가 더 명확해야 할 것 같은데 말이다. 물론 아주 세세하게 ‘그래서 어떻게’ 같은 게 더 궁금한 수동적인 직원에게는 별로 효과가 없겠지만 자율성을 중시하는 직원들에겐 반감만 사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

문제는 아무튼 내가 실무 경험도 없고 인간관계에 대해서는 더더군다나 약하기 때문에 이 모든 과정에 원하는만큼 기여하지 못하는데서 오는 스트레스다. 첫술에 누군들 배부르겠냐마는 성미 급한 성과주의자인 나로서는 이 적응기간이 크나큰 고통이다. 버티는 방법이라고는 리더십 서적을 탐독하고 여러 분야의 성공 스토리에서 비결을 물색하며 서서히 내 행동과 철학을 발전시키는 것 정도인데, 당연히 효과는 더디고 내 인내심이 바닥난지 오래다.

왕사남 성공의 비결을 장항준 감독에게서 찾는 것도 그런 자기위로 중 하나였다. 타인을 깊이 이해하고 적극 지지하며 겸손히 그들을 빛내는 자세. 이거야말로 요새 젊은층이 원하는 서번트 리더십의 표상이구나 싶다. 얼마나 더 낮아져야 하는 걸까? 매니지가 아닌 리드, 서포트를 한다는 것은.

한편으론 디렉터라는 영문 직함에서 한없는 거리감을 느낀다. 내 직책 슈퍼바이저는 굳이 직역하면 현장 관리감독자이므로 모든 것을 총괄하는 영화감독, 총 연출자와는 비교할 수준이 못 된다. 팀 매니저보다도 훨씬 상회하는 기대치 그러니까 적어도 이사급 정도는 되어야 영화감독 같은 영향력을 가지지 않을까? 어쩌면 나는 내 책임범위를 훌쩍 넘어서는 고민에 천착하고 있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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