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발령 몇 달 전, 온보딩 차 짧은 출장을 왔었다. 호텔 체크인보다 훨씬 일찍 도착해서 짐을 맡겨두고 임장 겸 동네 한 바퀴를 돌아보려고 했는데 날이 너무 더워 채 삼백여 미터를 못 걸었던 것 같다. 계획 없이 발길 따라 향한 곳이 마치 숨어있다가 갑자기 튀어나온 것처럼 작지만 울창한 숲이었다. 동네 주민들이라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으레 발을 담그고 쉬는 깨끗하고 얕은 물이 대략 백 평 정도 되는 아주 협소한 공원에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높다란 나무 사이에 간간이 벤치가 있어 인근 편의점에서 샌드위치를 하나 사 먹으며 한가롭게 땀을 식혔다. 사방에 높은 건물이라고는 없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주택가 한복판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나만의 비원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얼마 전 은행 서류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