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채화는 특히 더 그런 것 같다. 붓이 지나간 자리, 물이 고였던 자리마다 고스란히 흔적이 남기 때문에 붓질을 하는 손놀림이 빤히 보인다. 색 조합은 말할 것도 없다. 비슷한 채도끼리 안전하지만 재미없게 번져가는 색의 흐름이 눈에 들어온다. 과감한 터치나 튀는 색 대비가 없다. 조심조심 안전하게 영역을 전개하는 내 삶 그 자체이다. 그래도 스케치는 큰 형태와 구도 위주로 금방 해치우는 편이다. 스피드가 생명인 입시 미술반에서도 나는 유독 빠른 편이었다. 거시적인 결정은 의외로 별 고민 없이 쓱 밀고 나가는 인생 궤적에 대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