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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모어 걸스가 넷플릭스에서 내려갔다

지난 6월 말을 기점으로 라이선스 만료됐다고 한다. 어언 넷플릭스 구독 5년 차. 순전히 길모어 걸스를 보기 위한 지출이었다. 소문을 듣자 하니 리바이벌 시리즈인 한 해의 스케치도 올해 안에 빠진다더라. 올해 들어 프렌즈나 오피스 같은 전설적인 시트콤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넷플릭스 충성도가 한껏 올라갔거늘. 유튜브에 길모어 걸스 하이라이트 클립이 꽤 많이 있으니 그걸로나마 허전한 마음을 달래야겠다.

후기 2026.09.22

끼리끼리

기어이 편치 못한 관계로 남은 이들이 자꾸만 떠올라 마음을 갉아먹는다. 머리로는 알고 있다. 아쉬워할 것 없다. 나와 안 맞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어딘가 나 뿐 아니라 다른 사람까지 불편하게 하는 자기들만의 좁은 관계망에 만족하고 심지어 배타적인 사람들이다. 내가 이상한 게 아니다. 내 잘못이 아니다. 이제 살면서 다시는 접점도 없을 사람들이다. 내 인생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깨끗이 흘려보내자.어제 마지막 출근을 하고 온 회사를 한 바퀴 돌며 인사를 했다. 더러는 내가 찾아가지 않아도 부러 와서 길게 아쉬움을 전하는 반가운 이들도 있다. 반대 경우도 물론 있다. 그동안 서로에게 느꼈던 친밀감과 정확히 비례하는 인사 시간이 재밌다.역시나 친한 사람들끼리 삼삼오오 모일 뿐 전혀 그 밖의 교류는 없는 무의..

회사 2026.09.18

마음의 빗장

끝내 마음의 벽을 허물지 못하고 어색하게 지내는 무리가 있다. 하필이면 내가 속한 팀에서 그렇다. 이게 누구 탓인지 치졸하게 계산하길 반복한다. 그렇다고 마음이 편해지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한편으론 폐업 수순을 밟는 회사의 전형적인 악영향이라고도 생각한다. 없어질 회사, 곧 떠날 회사에서 그렇게까지 노력했어야 할까? 그런 호인이 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래도, 내가 조금 더 마음을 열었으면 어땠을까? 나도 그들도 조금이라도 편히 지내는 시간이 필요하진 않았을까? 부질없는 자책을 휘두른다.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나는 타인에게 진실로 관심이 없다. 천성대로 지낸 것 뿐이다. 나는 언제 어디에서건 외톨이였다. 내가 먼저 마음을 열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스로 초래한 외로움에 적어도 남 탓은 하지 말아야지. 아..

회사 2026.09.18

우연이겠지

일본 월세집을 알아보던 중 일본 소형 아파트만의 전형적인 주방구조를 접하게 되었다. 한국에선 생소한 동선이라 이리저리 살펴보던 중 가벼운 충격을 받았다. 예전에 가끔 상상하던 내 다음 집 구조랑 똑 닮아 있었다. 어차피 요리는 안 할 거라 주방 인테리어를 찾아본 적도 없건만 어쩌다 불현듯 상상하는 미래의 집들이 풍경은 뜬금없이 거실을 마주 보는 주방 구조였다. 그런 집에 살아본 적도 없는데 희한한 일이다.

일상 2026.09.13

작은 행운들

사실 아직 회사에서 하루하루가 편치 않다. 하지만 좋은 일들은 도처에 있다. 매일 작은 행운이 하나씩은 생긴다. 만기 한참 전에 퇴거하는데도 집주인이 흔쾌히 협조해 준다거나 매물 내놓은 당일 바로 계약이 됐다거나 폐기하려던 매트리스를 선뜻 가져가려는 사람이 나타났다거나 출국 직전까지 저렴한 차를 빌릴 수 있게 되었다거나.회사에서도 그동안 불편했던 동료들 외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단순 친목을 넘어서 커리어 확장에 적극 도움을 주는 시니어들과 가까워졌다. 실제로 도움을 준 분들도 있고 앞으로 언제든 같이 일하자며 거듭 기약하는 분들도 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나는 좋은 리더가 아닌데 내 윗 연차 사람들에게는 유독 이쁨 받는 게 긍정적인 상황인지도 잘 모르겠다. 한편 온보딩하는..

일상 2026.08.29

증명사진

비자 사진을 찍는 김에 증명사진도 갱신했다. 사원증에 사용할 요량으로 보정을 많이 하지 않았다. 삼십 후반의 나이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얼굴이지만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그냥 나 자신 그대로의 상태라 맘에 든다.별 생각 없이 입은 흑백 상의가 이제 보니 왠지 상복 같다. 혹시라도 근시일 내에 죽게 된다면 가족들이 영정사진 마련하는데 어려움을 겪진 않겠다며 안심한다.

일상 2026.08.02

일본을 가게 됐다.

연수나 파견 같은 게 아니라 영구직으로. 두어 달 뒤면 출국이다. 일본어 아니 일본 문화라고는 근처에도 가본 적 없는데 그렇게 됐다. 한국에선 마땅히 이직할 데가 없는 직종인 게 문제다. 지금 회사에서 매일매일이 괴롭다. 도망치듯 떠난 사람이 어디에서건 행복할리가. 이렇게 떠밀리듯 사는 것도 지겹다.마침 일본 열도에 지진이 잦아지고 있다. 강진을 고대하는 이 마음은 무엇일까. 돌려 말할 것 없다. 나는 죽으러 간다. 죽을 용기가 없어서 나를 죽여줄 곳을 찾아간다.

회사 2026.07.13

집 고르는 운은 타고난 것 같다.

본가도 자취방도 별 고민 없이 단기간에 선택했다. 비교 매물도 몇 없었다. 단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살아보면서 체감하는 장점이 크다. 무엇보다 층간 벽간 소음이 없다시피 하다는 점에서 주거의 질이 매우 올라간다. 꼭대기층에서 단 한 층 밑인데 출근시간대 엘리베이터 대기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는 것도 예상치못한 이점이다. 입지 역시 대강 판단한 것 치곤 대단히 만족스럽다. 내 생활권 안에 내 생활패턴과 맞는 편의시설이 밀집해 있다는 것은 정말 희소한 행운이다. 가끔 차를 몰고 통근하면 한산하기까지 한 주차장과 러시아워따위 없는 편도 10키로 미만의 쭉 뻗은 도로가 하 쾌적하다.특히나 요즘처럼 바깥 경치가 말간 계절이면 나와 우리 가족들이 사는 공간에 새삼 감사하게 된다.

일상 2026.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