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생활

아이폰 12 프로 vs 13 미니 카메라 비교 (콘서트 사진)

MU1 2023. 12. 30. 14:04

내가 12 프로에서 13 미니로 기변하면서 기대했던 것 중 하나는 (컴팩트한 사이즈와 유광 그린 마감이라는 디자인적인 요소를 제외하면) 12 프로 맥스만큼이나 커진 렌즈에 의한 충분한 광량과 센서 시프트 손떨림 방지 기능이었다. 즉 어두운 환경에서 찍은 사진 퀄리티에 대한 기대 및 필요가 어느 정도 있었다.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공연을 보러 다니는 취미 때문이다. 그런데 하필 기변 후 처음 관람한 공연이 대단히 정적인 컨셉의 한국무용이었고, 무대 연출도 조명이나 장식을 최소화하는 방식이어서 카메라의 성능 차이를 체감하기가 어려웠다. 아니, 오히려 색의 정확도나 해상도가 떨어져 보여서 의아했다.

좌 12 프로 우 13 미니 (당연히 무보정이고, 13 시리즈에 탑재된 사진 프리셋 기능도 적용하지 않음)

아무래도 기분 탓이겠지? 생각보다 나처럼 12 프로에서 13 미니로 기변한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이 두 기종의 카메라 성능을 비교하는 테스트 영상이 꽤 있었지만 모두 13 미니의 결과물이 낫다는 결론 뿐이었다. 하지만 비교군에 무대 사진처럼 어두운 실내에서 움직이는 피사체에 노출값 조절해가며 찍은 조건은 없었다. 길지 않은 12 프로 사용 기간 동안 그 전 기종들에 비해 가장 만족스러웠던 점이 바로 실내 공연 사진이었기 때문에 꼭 나만의 실험을 해보고 싶었다. 사실 그 전 실사용 기기들이라봐야 아이폰 12 미니, 갤럭시 노트 10, 갤럭시 Z플립 3 등 카메라 하드웨어부터 현저히 차이나는 것들이라 당연히 12 프로의 카메라가 신세계로 느껴졌을 것 같긴 한데 ... S23 일반 모델 쓰는 동생이랑 나란히 앉아 관람한 공연 사진의 경우에도 12 프로 결과물이 훨씬 나았다. 동생이 사진을 그리 잘 찍는 편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마침 머지않아 예매해둔 공연이 있어 두 기기를 모두 챙겨갔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스탠딩 구역이라 상대적으로 공연 중 촬영에 관대한 편이어서 동일 조명에서 비슷한 화각과 동일한 노출로 비교군을 건질 수 있었다.

12 프로 26mm 와이드 카메라 f1.6 ISO 250 41mm -1.1ev 1/60s 12MP JPEG - 촬영 후 약 4배 확대 후 크롭
13 미니 26mm 와이드 카메라 f1.6 ISO 320 54mm -0.9ev 1/59s 12MP JPEG - 촬영 후 약 4배 확대 후 크롭


결과는 여전히 의아했다. 말하자면 13 미니 결과물이 기술적으로는 좋은데, 전체적으로 보면 색감의 재처리 또는 자체 후보정 방식이 12 프로가 나은 느낌이다. 즉 확대해 보면 디테일이 덜 뭉개지는 것은 확실히 13 미니이다. 확대하지 않으면? 이런 주관적인 표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좀 더 '감성'이 살아있다. 이게 뭐람. 혹시 아이폰 순정 카메라도 사용자의 촬영 성향을 학습하나. 그럴 리 없지. 다음에는 객석에 앉아 두 대를 동시에 촬영해 봐야겠다.

이번 실험 아닌 실험을 통해 부수적으로 얻은 결론은 아무래도 디지털 줌이든 광학 줌이든 영상 촬영 당시 줌이 더 잘 땡겨지는 게 장땡이라는 것. 12 프로, 13 미니 둘 다 최대 광학 줌 2배인 걸로 아는데, 영상 촬영 중 13 미니는 3배가 최대인 반면 12 프로는 6배까지 가능할 뿐 아니라 광학식 손떨림 보정 기능도 상당해서 돌출무대를 수시로 오가는 아티스트를 안정적으로 담아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