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12 프로에서 13 미니로 기변하면서 기대했던 것 중 하나는 (컴팩트한 사이즈와 유광 그린 마감이라는 디자인적인 요소를 제외하면) 12 프로 맥스만큼이나 커진 렌즈에 의한 충분한 광량과 센서 시프트 손떨림 방지 기능이었다. 즉 어두운 환경에서 찍은 사진 퀄리티에 대한 기대 및 필요가 어느 정도 있었다.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공연을 보러 다니는 취미 때문이다. 그런데 하필 기변 후 처음 관람한 공연이 대단히 정적인 컨셉의 한국무용이었고, 무대 연출도 조명이나 장식을 최소화하는 방식이어서 카메라의 성능 차이를 체감하기가 어려웠다. 아니, 오히려 색의 정확도나 해상도가 떨어져 보여서 의아했다.
아무래도 기분 탓이겠지? 생각보다 나처럼 12 프로에서 13 미니로 기변한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이 두 기종의 카메라 성능을 비교하는 테스트 영상이 꽤 있었지만 모두 13 미니의 결과물이 낫다는 결론 뿐이었다. 하지만 비교군에 무대 사진처럼 어두운 실내에서 움직이는 피사체에 노출값 조절해가며 찍은 조건은 없었다. 길지 않은 12 프로 사용 기간 동안 그 전 기종들에 비해 가장 만족스러웠던 점이 바로 실내 공연 사진이었기 때문에 꼭 나만의 실험을 해보고 싶었다. 사실 그 전 실사용 기기들이라봐야 아이폰 12 미니, 갤럭시 노트 10, 갤럭시 Z플립 3 등 카메라 하드웨어부터 현저히 차이나는 것들이라 당연히 12 프로의 카메라가 신세계로 느껴졌을 것 같긴 한데 ... S23 일반 모델 쓰는 동생이랑 나란히 앉아 관람한 공연 사진의 경우에도 12 프로 결과물이 훨씬 나았다. 동생이 사진을 그리 잘 찍는 편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마침 머지않아 예매해둔 공연이 있어 두 기기를 모두 챙겨갔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스탠딩 구역이라 상대적으로 공연 중 촬영에 관대한 편이어서 동일 조명에서 비슷한 화각과 동일한 노출로 비교군을 건질 수 있었다.
결과는 여전히 의아했다. 말하자면 13 미니 결과물이 기술적으로는 좋은데, 전체적으로 보면 색감의 재처리 또는 자체 후보정 방식이 12 프로가 나은 느낌이다. 즉 확대해 보면 디테일이 덜 뭉개지는 것은 확실히 13 미니이다. 확대하지 않으면? 이런 주관적인 표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좀 더 '감성'이 살아있다. 이게 뭐람. 혹시 아이폰 순정 카메라도 사용자의 촬영 성향을 학습하나. 그럴 리 없지. 다음에는 객석에 앉아 두 대를 동시에 촬영해 봐야겠다.
이번 실험 아닌 실험을 통해 부수적으로 얻은 결론은 아무래도 디지털 줌이든 광학 줌이든 영상 촬영 당시 줌이 더 잘 땡겨지는 게 장땡이라는 것. 12 프로, 13 미니 둘 다 최대 광학 줌 2배인 걸로 아는데, 영상 촬영 중 13 미니는 3배가 최대인 반면 12 프로는 6배까지 가능할 뿐 아니라 광학식 손떨림 보정 기능도 상당해서 돌출무대를 수시로 오가는 아티스트를 안정적으로 담아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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