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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럽 패키지 투어 후기 (4) 스위스 1일차

MU1 2025. 2. 1.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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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럽 패키지 투어 후기 (3) 프랑스 파리 2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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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 사진은 모두 아이폰 13 프로 순정 카메라 표준 색감으로 촬영했으며 크롭 및 리사이징 외에는 보정하지 않았습니다.

썸네일 용. 프랑스 Lyon 역사 풍경.

파리에서의 세 번째 아침이 밝았다. 3일 연박한 숙소에서 새벽 체크아웃을 위한 빵과 음료 꾸러미를 가지고 비몽사몽 리옹 역으로 향했다.

숙소에서 테이크아웃으로 챙겨준 조식 꾸러미. 이동하는 기차칸에서 간단한 음식은 먹어도 된다고 한다.

스위스 바젤 역으로 향하는 기차 편을 타야 했다. 플랫폼 넘버는 승차 시간에 거의 임박해서 전광판을 통해 고지한다고 했다. 여유 있게 도착한 편이어서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일행은 캐리어를 한데 모아두고 역내 편의점이나 카페로 향했다.

연휴 시즌 새벽답지 않게 역사는 분주했다. 나는 편의점에서 동전을 소진할 겸 몇 가지 과자를 샀다. 여행 내내 딱히 먹을 일이 없다가 집에 가져와서 기념품처럼 동생과 나눠먹게 되었지만.

기차에 카페테리아 칸이 있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여행객 입장에선 틈틈이 각종 군것질 거리가 고프니까. 다시 플랫폼에 돌아와서는 몇 가지 주의사항을 전달받았다. 캐리어를 적재하는 구역이 따로 있는데, 중간 정차 시 다른 승객들이 실수로든 고의로든 캐리어를 바꿔치기하지 않도록 잘 살펴봐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기차는 2층짜리여서 가급적 1층에 짐을 실으면 더 좋다는 팁도 있었지만 승차 줄에 밀려 2층으로 올라가야만 했다.

캐리어 적재 구역

1층으로 배정된 내 자리에 앉고 보니 내 옆자리는 오랜 시간 거리를 부랑한 듯 찌든 냄새가 심한 노인이 앉아있었다. 간식은 고사하고 영 속이 울렁거려서 식당 칸으로 향했다.

바젤 행 기차에 대한 후기를 읽어 보니 카푸치노는 믹스커피 같은 것을 타 준다기에 커피머신에서 바로 뽑는 블랙커피로 골랐다. 탁 트인 창 밖을 감상하는 커피 맛은 운치가 있고 좋았다. 마침 나랑 비슷한 시간에 식당 칸으로 온 우리 일행 중 한 명이 수다나 떨자며 나를 불렀다. 붙임성 좋은 동네 아줌마 같은 분이어서 편하게 시시콜콜한 여행 소감을 나누다 자리로 돌아왔다. 악취를 풍기는 옆자리 노인은 거의 미동도 안하는 편이어서 동승하기에 아주 불편한 승객은 아니었다. 종종 표 없이 무단으로 승차하는 노숙자들이 있다고 하던데, 검표원에게 익숙하게 기차표를 보여주는 폼이 그냥 단골 승객이었다. 가끔 간이 테이블을 뒤적여 테이블 밑에 숨겨진 USB 충전 포트를 연결하는 것을 보고는 나도 핸드폰을 충전했다.

여행사 가이드 간의 네트워크가 실시간 작동하는 모양인지, 바젤역에서 다음 행선지로 이동하는 길에서 바로 하루 전 스위스를 방문한 팀이 악천후 때문에 융프라우 일정을 캔슬해야만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데 우리가 접한 하늘은 쨍하니 맑기만 했다. 이후 여행이 끝날 때까지 믿을 수 없을 만큼 청명한 날씨가 지속됐다. 스위스에서의 첫 일정은 루체른 호수였다.

루체른의 구시가지 풍경

호수도 하늘도 눈이 시리게 파란 날이었다. 구시가지의 풍경이 아름답다고 느끼며 유람선 일정에 맞추기 위해 서둘러 빈사의 사자상과 카펠교를 둘러보고 선착장으로 향했다.

뛰다시피 건너간 카펠교.. 패키지 여행이 다 그렇지 뭐.

선착장 바로 앞에 작은 카페가 있어 부랴부랴 따뜻한 뱅쇼를 구매했다. 찬바람을 좀 맞더라도 지붕이 없는 2층에서 관광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승선 시간이 임박해 몹시 초조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옳은 선택이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시린 루체른 호수의 풍경을 즐기는 동시에 손과 배는 맛있는 뱅쇼로 따끈하게 데우는 기분이 아주 그만이었다. 하늘이 워낙 예뻤기 떄문에 사람들은 연신 배의 후미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느라 바빴다. 나는 여기서도 특히 사진을 잘 찍는 일행분의 도움을 받아 여행 사진 중 가장 만족스러운 사진을 건졌다.

유람선 광광 이후는 시내 자유 관광이었다. 슈퍼마켓과 빵집을 두루 돌아다니며 기념품 삼을 만한 과자와 초콜렛을 골랐다. 딱 유쾌할 정도로 오지랖이 넓은 일행 분들을 종종 만나 스위스 관광객이라면 필히 사야 한다는 유명한 초콜릿을 추천 받아 샀다. 가뜩이나 원화 가치가 폭락한 마당에 스위스 프랑을 쓰자니 약간 손이 떨렸지만, 정신을 추스르고 한화 10만원 정도 지출에서 멈췄다. 아무튼 쇼핑할 맛이 나는 거리였다. 사람이 많지는 않았지만 상점들의 분위기는 바야흐로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캔디 상점은 공짜로 초콜릿을 하나씩 쥐여주기도 했다.

어떤 가족들은 현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기도 했다. 나는 별로 배가 고프지 않아서 버스로 집결하기 직전 빵집에서 무난한 맛의 빵을 하나 골라 길거리에 서서 뚝딱 해치웠다. 두 번째 일정은 베른 구시가지 (올드타운 또는 올드시티) 였다.

버스에 오르기 전, 버스기사가 앞문께에 금고처럼 생긴 작은 문을 열어 라바짜 커피머신을 사용하는 것을 봤다. 아마 이탈리아 사람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정차하는 틈틈이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듯했다.  탐나는지고!

장미정원에서 바라본 올드타운

버스는 우선 베른 안에서도 '장미정원'이라는 곳에 정차했다. 주변에 비해 약간 고지대였는데 멀리 보이는 구시가지까지 약 1~2킬로 정도를 도보로 이동하는 동선이었다. 중간에 곰 공원이라는 곳도 있다는데 장미공원도 그렇고 한겨울에는 제철이 아닌듯했다. 아마 따뜻한 시기에는 장미를 비롯해 화려한 정원목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곰도 동면에서 깨면 슬슬 돌아다니겠지?

구시가지로 이어지는 돌다리 초입
거리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재란다. 중세 반지하는 예쁘군.
아마 크리스마스 이브여서 대부분 상점이 문을 닫은 듯했다
하이네켄 애비뉴로 통하는 지하실이라니 매력적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도시는 이번 여행 중 내 최애 코스가 되었다. 서서히 어두워지는 하늘 아래 하나둘씩 불을 밝히는 중세 도시 건축은 아늑하고 고풍스럽고 신비롭고 ... 뭐랄까 포근했다. 밝은 대낮에 갔다면 아마 그만큼의 감흥이 없었을 것 같다. 눈길 닿는 곳마다 아스라한 정취가 뚝뚝 떨어져서 시선을 잠시도 가만히 둘 수가 없었다. 언젠가 꼭 가족과 같이 와서 이 거리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싶다.

베른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시계탑
스위스에는 시계 가게가 참 많다
포근한 느낌의 조명 장식
베른 대성당. 내부에는 성극 같은 게 진행 중이었다.
구시가지 초입의 기념품 가게

만족도 최상이었던 베른 올드타운을 뒤로하고 도시 외곽의 작은 숙소로 향했다. 석식은 호텔에서 제공하는 인도 카레였다.

숙소 컨디션은 여행 중 솔직히 가장 별로였다. 시설이 노후화되었기도 하지만 원래 저가형 모텔로 지은 것 같았다. 그래도 청소나 위생 상태는 나쁘지 않았고 음식도 맥주와 함께 그럭저럭 먹을만했다. 동석한 3인 가족과 서스름 없이 건배를 했다. 맥주 값은 유로로 계산해 줬는데, 하마터면 거스름돈을 훨씬 덜 받을 뻔했다. 나이가 지긋한 할아버지가 계산해서 그러려니 하다가도, 흔히 있는 관광객 대상 눈속임인가 싶어서 경계심이 살짝 생겼다.

제법 추운 바깥 기온을 감안하면 객실은 제법 따뜻하고 온수도 잘 나오는 편이었다. 난방을 최대치로 틀어놓고 여태까지 사들인 과자를 헤아려보다가 푹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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