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생활

바디콘서트 15주년 기념 공연 재관람 후기

MU1 2025. 3. 22. 21:16

팬심에 무작정 두 번 예매했는데, 두 번째는 막공이었네. 잊기 전에 두서없이 나열해보는 그 날의 감상.

  • 이 날 2배줌 밖에 안되는 낫싱폰 가져왔는데 마침 앞자리 예매해둬서 다행이었다. 근거리에서 찍은 영상 품질이나 색감이 예상보다 나쁘지 않았다.
  • 캐스팅 안보고 예매했는데 김보람 감독님 출연해서 반가웠다. 5년 전 처음 봤을 때에 비해 몇 가지 동작은 부드럽게 변한 것 같다. 여전히 다부진 체격을 유지하고 계시니까 체력의 문제는 아닌 것 같고, 스스로 안무 해석을 달리 하신 게 아닐까 짐작만 해 본다. 아무튼 20년 전 생애 가장 넘치는 체력으로도 쥐어 짜내다시피 소화했다는 안무를 아직도 현역으로 공연하고 있다니 대단한 대표님과 감독님이다.
  • 김보람 감독의 인터뷰나 강연을 보면 안무 구상할 때 음악을 해체하다시피 연구하고 음악을 몸으로 구현하는데 집중한다고 했다. 즉 들리는 소리에 집중한다는 것으로 이해했는데, 각 챕터 사이마다 음악이 끊기는 구간에 단순한 동작을 집요하게 반복하는 패턴은 무슨 의도인지 궁금해졌다. 들리는 음악에서 보이는 음악으로 이동한다는 의미인가?
  • 어떤 챕터는 무용수들이 익살스러운 모션으로 긴장을 흩뜨려 놓았다가 갑자기 음악과 함께 시작하기도 하는데, 음향감독이 타이밍 재면서 잔뜩 긴장하고 있겠다는 생각을 이제야 했네.
  • 세 번째 챕터에선가 비욘세 음악에 맞춰 발레와 비보잉을 섞은 연출이 있는데, 각양각색의 체형이 발레 고유의 미감을 보여주는 게 매번 신기하다.
  • 제일 마지막 챕터는 생명의 탄생과 죽음을 동시에 표현한 것 같다. 노틀담의 파리 중 종소리를 표현한 안무도 생각나고. 노쇠하여 중력을 거스를 힘조차 없는 몸짓으로 시작해서 갓 태어난 생명이 후들거리며 처음 땅을 딛고 일어나는 모양새로 바뀌는 느낌이다. 버르적 거리는 움직임이 처절하고 안타깝다가도 경외로운 감정을 전달한다. 마지막 장이지만 새로운 시작을 약속하는 듯한 결연한 엔딩이 인상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