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회사에서 팀 단위 코칭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모든 팀이 다 하는 것은 아니고, 복잡한 배경이 있긴 한데 아무튼. 최근 세션에서 같은 테이블에 앉은 인원끼리 서로의 강점을 관찰하고 유추하는 시간이 인상적이어서 기록을 남긴다. 나에 대한 팀원들의 생각은, 심지어 거의 초면인 담당 코치 조차도, '강하다' 였다. 타고난 강점이 아니고 과거의 난관을 잘 극복한 결과로 생각해줘서 더 인상깊었다. 짧은 세션이었지만 사람 보는 눈은 다 비슷하다고, 내가 스스로 파악하는 자아상과 어느 정도 일치해서 놀라운 한편 아직 여물지 않은 내면의 미성숙함이 신경쓰였다. 어쨌거나 지금 나는 강하구나. 버젓이 그렇게 보일만큼. 아직 성장의 여지가 많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잘 평가 받고 있는 것 같아 만족스럽다.
세션 말미에는 서로에 대한 칭찬을 적은 포스트잇을 공유했다. 강하다, 단단하다, 침착하고 어른스럽다는 글귀 하나하나를 찬찬히 뜯어보다가 회사 다이어리 마지막장에 꼼꼼히 붙였다. 나는 이런 사람이다. 보통 사람들은 직장에서 의미 있는 편지나 메모, 사진 같은 것들을 받으면 책상 옆 벽면이나 파티션에 붙여 전시한다. 나는 깊은 서랍이나 나만 보는 수첩에 모아 두고 잊을만하면 열어본다. 그렇게 여린 내면을 잘 감추고 산다. 강해 보이는 게 좋다. 스스로 조용히 충전만 할 수 있다면야 얼마든지. 그래서 아직 나를 깊이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믿어주는' 강한 면모를 더욱 강화하게 된다. 주변에서 생각하는만큼 나는 강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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