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가 필수적인 직무로 일하고 있음에도 어쩐지 점점 영어가 잘 들리지도, 읽히지도 않는다. 내 기억으로는 이 회사에 입사하면서부터 부쩍 어려워졌다. 심리적인 문제다. 그 전에는 회사에서 통역 담당이었을 정도로 유창했다. 이 회사에서 특별히 부담이 생긴 이유는 명백하다. 외국계 회사인만큼 영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구사하는 직원들이 많은데, 하필 입사 직후부터 왠지 내 영어 실력이 상당하다는 소문이 퍼져서 (대체 소문의 근원을 모르겠다. 면접도 한국어로만 봤는데 뭐지?) 사람들 시선을 의식하게 된 것이다. 심지어 입사 첫 해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한 번도 합을 맞춰본 적 없는 사람의 통역을 담당해야 했던 적도 있었다. 그때 나는 거의 패닉 상태에 빠질 뻔했다. 쉬는 시간 동안 빈 회의실에 가서 혼자 호흡을 가다듬으며 간신히 위기를 벗어났지만 아마 그 때 내 영어 실력이 기대만 못하다는 것을 눈치챈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진짜 문제는 그런 심리적 요인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무의식중에는 편하게 영어가 읽히고 들리는데 마치 숨 쉬는 법을 까먹은 것처럼 어느 순간 문장의 모든 단어가 분절되어 쏟아지는 느낌을 받는다. 난독증의 일종일까? 그렇다고 일하는데 지장이 있을 정도는 아니지만 업무 속도가 영 더뎌진다. 이대로는 불편하다. 나는 어휘력이 좀 부족한 편이니 편한 환경에서 업무 관련 어휘를 반복 학습하는 식으로 정면 돌파가 가능할 것 같다. 올해 안에는 이 현상을 좀 타개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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