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생활

슬로우 어답터의 전자기기들

MU1 2023. 1. 22. 16:21

나는 슬로우 어답터다. 전자기기 특히 모바일 디바이스에 관심이 많은데 최신의 고성능 프로세서에 열광하는 타입은 아니고, 미니멀한 내 사용량에 맞춰 용도별로 최적화 된 폼팩터를 찾아가는 데 의의를 둔다. 그러다 보니 지금 내가 메인으로 사용하는 기기들은 모두 적어도 3년은 된 중고 제품들 뿐이다.

이 세팅에 영영 정착할 것은 아니지만 현 시점 내 '메인' 기기들은 용도가 겹치지 않게 총 세 가지를 두고 있다. 기본적인 전화, 문자, 메일, 카카오톡과 같은 통신기능 그리고 뱅킹, 쇼핑몰 앱이나 삼성페이 등 소비생활을 위한 스마트폰 한 대, 집에 오면 스마트폰을 대체할 엔터테이닝 디바이스(주로 전자책, 영상 시청, 가끔 낙서)로 태블릿 PC 한 대, 각 잡고 일정량 이상의 글을 쓰기 위한 랩탑 한 대.

 

#1

스마트폰: 갤럭시 Z Filp (1세대 LTE 버전) 미러퍼플 색상

https://unsplash.com/ko/%EC%82%AC%EC%A7%84/gsYbutxoebc

  • 구매기: 지난 주엔가 당근에서 충동적으로 구입했다. 전부터 폴더블 폰을 눈여겨 보기는 했지만 1세대 모델, 그 중에서도 미러 퍼플 색상이 1순위는 아니었다. 단지 유난히 힘든 일이 많아 무엇이든 사고 싶은 날, 너무나 좋은 매물을 발견한 결과다. 거래 후 제품 박스에 붙은 가격표를 보니 인근 아울렛에서 초기 출고가 그대로 구입한 것 같더라. 파손 보험 말고도 뭔가 가입하셨는지 2년 넘게 잘 사용하고 나서 최근 하우징 전체와 배터리를 교체한 뒤 내놓았다고 한다. 베젤 근처는 아직 보호필름도 제거하지 않은 것이, 20만원짜리 중고 제품에 이 이상의 외관 상태를 바랄 수 있을까 싶게 흡족했다.
  • 장점: 1세대 치고는 훌륭한 마감과 디자인은 볼수록 사람을 홀린다. 대형 유튜버나 주변인 모두 열이면 열, 프리스탑 힌지의 불편함 - 외부 패널이 작으니 사용할 때마다 핸드폰을 펼쳐야 하는데 한 손으로 열기 어려워 귀찮다는 - 을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을 본지라 얼마나 불편할지 각오해서일까? 나는 실사용 시 열고접는 데 드는 수고가 아무렇지도 않았다. 또다른 대표적인 단점인 외부 패널 - 작아서 답답하다는 후기가 많았다 - 역시 이 정도면 존재 목적을 충분히 달성했다고 느낀다. 패널 크기야 어쨌든 알람과 시간, 배터리 잔량 그리고 음악 재생까지, 나는 최소한의 정보 확인에 만족했다. 이 외에도 대개의 후기에서 오르내린 단점을 고스란히 목격했으나 원체 기대감이 낮아서인지 메인 폰으로 사용하는데 전혀 불만이 없다. 내 기준 의외의 장점은 플립 메인보드 위치가 다른 바형 스마트폰에 비해 많이 위쪽에 치우쳐 있어서인지 주로 손이 닿는 하단부에는 발열의 영향이 거의 없다는 것. 
  • 단점: 오히려 기기 외적인 문제가 고민이다. 시중에 마땅한 슬림핏 투명 케이스 하나 없는 것. 일단 구매 시 동봉된 정품 케이스부터 쓰면서 천천히 찾아보련다.

#2

태블릿 PC: 갤럭시탭 A 8.0 with S pen (2019) 와이파이 버전

https://mynexttablet.com/samsung-galaxy-tab-a-s-pen-review/

  • 구매기: 2년 쯤 전 역시 당근에서 택포 15만원에 쿨거래한 제품. 한창 모바일 기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할 무렵 핸디하고 펜이 내장된 태블릿은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중고를 찾아 헤매다 믿을 수 없는 가격에 반신반의 했었다. 결과는 대성공. 약간 사용감 있는 써드파티 북커버 케이스도 포함해서 수령한 날 이래 오늘까지 크지 않은 내 손 안에서 여유있게 궁글려지는 그립감에 하루하루 즐겁다.
  • 장점: 훌륭한 이북리더기로 내 독서량을 유지시켜 주고 있다. 크기와 무게, 내장 스타일러스 펜, 흠집에 강한 외관 재질까지 하드웨어는 내게 완벽하다. 이 안성맞춤의 규격에 저반사 필름과 고리형 그립톡(스마트링?)을 추가하면 잠에 들 때조차 손에서 떼기 힘든 중독성이 생긴다. 쓰담쓰담. 2021년 상반기에 출시한 비슷한 사이즈의 모델이 있지만 스타일러스펜 지원이 없어서 쳐다보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기기 간 깔맞춤을 중시하는 편이어서 직전의 메인 폰인 갤럭시 S10e와 동세대라는 점에 의의를 두고 한 세트로 사용하는 것이 좋았다.
  • 단점: 2019년 출시 기준으로도 저성능인 프로세서가 아쉽다. 독서와 약간의 웹서핑이라는 용도에 오버스펙은 바라지 않지만 터치나 앱 구동이 느린 것은 종종 답답하다. 안드로이드 태블릿 PC 제조사들은 대체 왜 고성능+소형 조합에 관심이 없는 거지? 게다가 작년부로 OS 업데이트 지원이 끝나서 구형 UI가 슬슬 거슬리기 시작한다.

#3

노트북: 서피스 프로 7 2020년 9월 제조, i5, 128G 메모리, 8G RAM 플래티넘 색상

https://www.theverge.com/2019/10/21/20923662/microsoft-surface-pro-7-review-tablet-specs-features-price-usb-c-windows-10

  • 구매기: 바로 지난 글에 언급한 45만원 짜리 일기장이 바로 이것. 3주 쯤 전이었나, 현 메인 폰인 플립1을 구매하기에 앞서 원래는 S20 기본 모델을 찾고 있었다. 그러다 50만원에 키보드 커버(색상 아이스 블루), 터치펜 포함 풀박스 매물이 등장했고 채팅 없이 찜(좋아요) 숫자만 급상승하는 것을 보고 안절부절 했다. 개인용 노트북 없이 산지 어언 4년 째, 아무리 고심해도 나는 일상생활에서 윈도우 기반 기기가 필요 없는데 50만원의 풀구성 풀박스는 참으로 매력적이었다. 나와 같은 생각인 사람이 많았는지 가격이 두 번 정도 내려갈 동안 찜 숫자는 점점 늘어갔고, 46만원으로 가격 인하 알림을 받자마자 채팅을 보냈다. 마침 그 날도 유난히 회사에서 뭔가 좌절스러운 일이 많았다. 채팅을 보내는 순간에도 뭔가 일이 틀어져서 구매가불발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쓸데없고 충동적인 소비였다. 정말로 판매자가 포멧을 깜빡하는 바람에 두 번 방문해야 하는 불상사가 있긴 했다(그래서 만원 빼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2in1 PC를 소유한다는 것은 많은 것을 상쇄시켰다. 윈도우 11로 업그레이드한 상태에서 구입한 것도 큰 메리트였다.
  • 장점: 아직 구입한지 일주일도 안 됐지만 몇 가지는 확실하다. 견고한 마감이 미관상 좋을 뿐 아니라 내구성도 좋은 것 같다. 특히 킥스탠드 힌지는 2년 넘게 사용했다고는 믿을 수 없게 튼튼하다. 아주 안정적으로 어디에나 (지금은 내 무릎에 안착해 있다.) 거치하는 맛이 쏠쏠하고, 덕분에 이후 세대보다 가벼운 무게와 더불어 기동성에 도움을 준다. 얼굴 인식을 사용하니 거의 절전모드에서 깨우는 것 만큼이나 부팅 속도가 빠르다. 가볍고, 거치 편리하고, 부팅 빠르고, 이 세 가지는 노트북을 계속, 자주 사용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다. 셋 중 무엇 하나라도 부족하면 구석에 모셔놓다 되팔아버리게 될 것이다. 음향이 풍부하고 탄탄한 것도 마음에 들었다. 아침마다 경제, 건강 유튜브 채널을 틀어놓는 어머니께 종종 빌려드리려고 했는데 잘 됐다.
  • 단점: 디스플레이 불량이 많기로 악명이 높은 모델이라는데, 아마 초기 불량이 있었다면 리퍼 받았겠지. 종종 화면 밝기를 자동으로 조정할 때 화면이 깜빡이는 현상이 있기는 하지만 신경쓰일 정도는 아니다. 판매자가 붙여놓은 액정 보호필름은 카메라 부근이 들떠있어서 떼어냈는데 듣던대로 반사가 심해서 저반사 필름을 살 생각이다. 워낙 슬림한 바디에 팬리스이다 보니 발열은 예상 외로 있는 편이지만 게임은커녕 기본적인 MS 소프트웨어도 안 쓸 거라 괜찮다. 배터리 타임은 아직 잘 모르겠다. 어차피 집에서만 쓸 거라. 그래서 무얼 할 거냐고? 티스토리.

 

상반기 동안에는 이 조합으로 지내고, 종종 바형 스마트폰이 그리우면 내 최애 기종 S10e를 꺼내들테다. 올해 하반기에는 갤럭시 S20 클라우드 블루 색을 사서 서랍 구석에 처박힌지 오래인 갤럭시탭 S6 Lite(64GB, Wifi 버전, 앙고라 블루)와 세트로 쓰고 싶다. 여태까지는 메모리 사용량이 30기가를 넘지 않을 정도로 어플을 거의 깔지 않았는데, S20을 기점으로 아웃룩과 팀즈 그리고 회사 보안 어플을 깔아서 지금보다는 업무 활용도를 높여 보려고 한다. 좋은 매물만 있다면 Z플립 3 그린 색상과 갤럭시탭 A7 Lite LTE 버전도 사고 싶다. 아이폰-아이패드 조합도 생각해 뒀다. SE2와 아이패드 미니 5세대, 그리고 아이폰 13 미니와 아이패드 미니 6세대. 아이폰 12 미니는 지난 달 까지 아이패드 미니 6세대와 짝을 지워 잘 가지고 놀았으나, 두 달만에 깨먹었다. 그러다 이 서피스 프로를 팔게 되면 아이패드 9세대나 에어 4세대를 들여야지. 동세대 출시한 에어팟이나 버즈도 잊지 않는다. 지금은 역시 버즈 플러스를 쓰고 있다. 아마 이 미니 사이즈 위주의 위시리스트는 언젠가 영 딴판인 갤럭시 폴드로 귀결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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